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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윰의 아트 메타버스
IUM's Art X Metaverse


글/김민지(아트-테크 커뮤니케이터)

이윰의 세계관 :
‘레드디멘션(Red Dimension)’과 처음 만나다

불투명한 미래로 흔들리던 청춘의 시기, 온라인에서 아티스트 커뮤니티의 모임 소식을 접했다.

알 수 없는 끌림으로 그곳에 찾아가 신비로운 아우라를 지닌 이윰 작가(이하 이윰)를 처음 만났다.

이윰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발은 이 땅에 딛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것 같이 실재감이 없었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레드디멘션’이라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곳은 1995년 이윰이 출간한 소설 ‘빨간 블라우스’의 배경으로, ‘투명한 붉은빛 광선이 가득한 세계’이다.

만물의 원소인 흙과 불의 색깔이자, 생명의 근원인 피의 속성을 떠오르게 하는 빨강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색깔이다.

소설 속 ‘빨간 블라우스’라는 특별한 이름의 소녀는 레드디멘션을 여행하며 자아를 발견하고 사랑과 치유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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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윰의 빨간블라우스 1995

이윰의 빨간블라우스_잃어버린 빨강을 찾아서 2006

이윰은 항상 작업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을 설정하는 스토리 기획이 담긴 글을 쓴 후에 무수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이후 오브제 및 패션 작업을 진행한 후 스토리 속 캐릭터로 분했다.

조각을 전공한 이윰은 자신의 몸을 매체로 삼아 ‘살아있는 조각(Living Sculpture)’이 되었다.

햇살이 눈부시던 2007년의 어느 봄날, 홍대 앞 거리에서 이윰과 함께 ‘빨간블라우스’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십여년이 더 지났는데,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그 순간이 떠오른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빨간 옷과 모자, 소품을 하고 두둥실 떠오른 빨간 풍선을 손에 꼭 쥐고서 노래하고 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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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의 기쁨 플래시 몹 퍼포먼스 2007

이렇게 퍼포먼스 아트는 커뮤니티 아트로 확장되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현실과 상상, 가상이 중첩되는 세계인 레드디멘션에 초대받았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나오기 오래 전부터 이윰의 예술에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세계관’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그 신비한 세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다.

서로의 삶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했다

아티스트 커뮤니티 빌더이자
기업가 정신을 가진 ‘영혼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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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아트 스쿨/파운더 이윰과 청년 문화예술인들

이윰은 아티스트 커뮤니티인 ‘LT 크리에이터 스쿨’이라는 설립했고, 나는 커뮤니티 멤버이자 학생으로 그녀와 다시 만났다.

 

공동 창작과 코워킹을 해나가는 창작자 공동체에서 이윰은 탁월한 커뮤니티 빌더이자 영감이 넘치는 멘토였다.

이윰은 커뮤니티 빌딩의 과정을 ‘창조적인 예술 작업’으로 여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영혼의 조각가’로 정의했다.

이윰은 위대한 조각가인 미켈란젤로가 한 말인, “모든 돌덩어리는 이미 그 안에 조각상을 품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이 조각가가 할 일이다”라는 명언을 좋아했다.

 

이윰 역시 예술가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평범한 한 사람 안에 잠재된 빛나는 형상을 발견하고자 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예술가의 창조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 사람의 내면은 신비로 가득한 우주이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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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아트 스쿨/파운더 이윰과 청년 문화예술인들

청년들의 ‘특별한 페르소나’를 깨워내는 작업은 상호 소통의 방법인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은 새롭게 발견한 자아의 캐릭터를 칭하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윰이 나에게 지어준 이름은 ‘샤셰이(Sashay)’이다.

 

샤셰이는 한 발이 먼저 나아가면 다른 발이 연이어 따라가며 날아오르는 춤추는 춤 스탭을 뜻한다.

샤셰이라는 부캐를 통해 발견한 나는 그 어떤 현실의 역경과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밝게 꿈꾸며 춤추듯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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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아트 스쿨/파운더 이윰과 청년 문화예술인들

이윰은 예술의 경계를 눈에 보이는 실물로서의 작품에만 한정 짓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치를 공유한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작업’을 예술의 영역으로 보았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이윰의 주변에는 예술가들뿐 아니라 과학자, 기업가, 교육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나는 오랫동안 이러한 모습을 기이하게 지켜보며,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온정 어린 커뮤니티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2년, 이윰은 ‘사회를 위한 창조적 치유의 예술’을 슬로건으로 하는 소셜 벤처 ‘이윰액츠’를 설립했다.

 

나는 이윰액츠의 예술교육팀장이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윰’이라는 글자가 이 땅에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몸을 형상화한 것처럼, 이윰은 사회 곳곳에 예술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며 예술의 범주와 예술가의 역할을 사회로 확장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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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쳐 이윰액츠 멤버들의 '윰' 로고 포즈.

청소년들을 위한 아티스트 멘토 김민지의 '샤세이' 포즈

3D 프린팅 웨어러블 스컬프쳐
<The Red Dimension: 예술가의 옷>

이 모든 일들이 이윰의 작업실에서 지난 10여년에 걸쳐 펼쳐졌다.

 

한 사람의 작가 개인의 작업실이 공동체의 터전으로, 그리고 기업으로, 때로는 전시장으로 변화하며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나는 목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소중한 기억과 추억이 서린 망원동 작업실을 떠나야 할 무렵, 이윰 작가는 ‘예술가의 옷’이란 전시를 열었다.

 

작품은 ‘레드디멘션’이란 가상 공간에 설치되었다.

 

일주일 내내 아티스트 토크가 열렸고, 3D 프린팅으로 출력된 ‘예술가의 옷’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2020년 당시 나는 둘째 아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산부였다.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연구하는 ‘아트 앤 테크 커뮤니케이터’이자 카이스트 학생이었다.

 

애정 어린 공간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날, 수십년간 들어왔지만 다 이해할 수 없었던 ‘레드디멘션’이란 세계가 어떤 곳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레드디멘션은 마치 캄캄한 우주의 한 복판에 차가운 먼지구름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장소와같다.

 

현실의 중력과 시공간을 초월해 아주 깊은 암흑이 존재하고, 절망과 아픔이라는 어둠을 뚫고서 새로운 빛과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한 곳이다.

 

그 곳에서는 다시 꿈꾸려는 마음을 꺼내 부르는 한 줄기 노래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했다.

그 노래는 현실에서 깨진 사랑과 좌절된 꿈으로 심장이 부서진 누군가가 마음 깊숙한 곳에 감춰두었던 희망과도 같았다.

만삭의 무거운 몸이었음에도 나의 몸은 무한한 우주에서 자유롭고 가벼이 춤추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는 생명의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레드디멘션이라는 우주에서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자궁 속 아기를 품고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현실의 무거운 중력을 이기고 다시 삶에서 춤출 수 있는 내면의 자아, 샤셰이를 기억하고 꺼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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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관을 창조하는 예술가

예술 세계는 급진적인 디지털 미래로 향하고 있으며, 이윰의 세계관 ‘레드디멘션’도 아트 메타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사람들이 일하고, 놀고, 어울리는 디지털 현실이다.

 

우리의 물리적 현실은 디지털 세계와 합쳐질 것이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세계의 기반인 원자(Atom)와 디지털 세계의 기초인 비트(bit)가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된다.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상 세계는 스토리를 가진 ‘월드’로 구현된다.

메타버스의 핵심 가치는 연결이다. 한 사람의 현실을 둘러싼 컨텍스트(Context)는 메타버스에 ‘연결’되어 가상화된 컨테스트(Virtual context)가 된다.

 

메타버스의 출현은 디지털에서의 존재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아바타로 멀티 페르소나를 만난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세계관과 그 속에서 살아갈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는 이윰에게 친숙한 언어들이다.

 

이윰은 ‘레드디멘젼(Red Dimension)’이란 가상 공간에서 유저에 해당하는 실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콘텍스트를 창작해왔다.

VR, AR, MR, XR 등 경험을 확장해주는 기기와 5G와 같은 데이터 통신 인프라, 저장공간인 클라우드 등이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가상의 연결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기술뿐만 아니라 가상과 현실에서의 정체성과 환경의 맥락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윰은 아톰과 비트를 ‘스토리’로 연결하며 ‘메타버스 세계관’을 창조하는 예술가이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그녀의 ‘환상 현실’은 가상과 현실을 몰입감 있게 연결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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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예술과 예술가 :
이윰의 아트 유니버스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온라인 페르소나인 가상의 정체성을 더욱 독특하고 아름답게 창조하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기술의 진화가 만들어갈 미래의 변화를 다 예측할 수 없을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동일하기에 사람들은 메타버스에서도 의미 있는 만남과 관계를 이어 나가길 원할 것이다.

 

또한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커뮤니티를 디지털 세계로 이주하여 가치 있는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때 확장될 수 있다.

 

게임형 NFT가 메타버스형 NFT로 확대되며 빠르게 가상경제로 편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상상해본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커뮤니티와 동반 성장한다.

 

블록체인의 분산성은 중앙집권적 조직과 다른 창발적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다.

 

예술가의 창의성은 메타버스의 커뮤니티 빌딩이 보다 유연하고 즐겁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촉진할 수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예술사의 주요한 변화는 기술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윰의 시선은 미래 예술의 영토에 향해 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이 혁신과 변화를 일으킬 미래에는 어떠한 예술이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녀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유하며 그 방향성을 모색해왔다.

이윰은 메타버스의 영혼의 조각가로서 스토리 기반의 예술 창작을 통해 각 사람이 지닌 존재 자체의 희소성, 진품성, 고유성을 증명하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기술’인, 미래의 예술로 나아가는 문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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